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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캘리포니아, ‘버리는 옷’까지 브랜드가 책임진다

[로스앤젤레스=패션위클리USA=강지나] 캘리포니아 패션산업이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의류와 섬유 제품을 시장에 공급한 기업이 판매 이후의 수거와 재사용, 수선, 재활용 과정까지 책임지는 새로운 제도가 본격적인 시행 단계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 자원재활용부(CalRecycle)는 ‘책임 있는 섬유 회수법(Responsible Textile Recovery Act·SB 707)’에 따라 주에서 의류와 섬유 제품을 판매하는 해당 생산자들이 지난 7월 1일까지 주정부가 승인한 생산자책임기구(PRO)에 가입하도록 했다.

캘리포니아는 미국에서 의류와 섬유 제품을 대상으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도입한 첫 번째 주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버린 옷을 처리하는 비용과 부담이 지방정부나 기부단체, 중고의류 업체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제품을 시장에 공급한 브랜드와 제조·유통기업도 그 책임을 나누게 된다.

CalRecycle은 지난 2월 27일 글로벌 환경 규제 전문기업인 랜드벨 USA(Landbell USA)를 공식 PRO로 승인했다. 적용 대상 기업은 랜드벨 USA에 가입하고 자사가 캘리포니아에서 판매하는 브랜드와 의류·섬유 제품 정보를 등록해야 한다. 별도의 개별 이행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적용 품목은 일반 의류에 국한되지 않는다. 신발과 패션 액세서리를 비롯해 수건, 침구, 커튼 등 다양한 섬유 제품이 포함될 수 있다. 제조사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브랜드 소유자나 수입업체, 유통업체가 법적 ‘생산자’로 판단될 가능성도 있다.

디자인만큼 중요해진 제품의 ‘마지막 단계’

SB 707의 핵심은 옷의 책임 범위를 판매 시점에서 제품 수명이 끝나는 순간까지 확장했다는 데 있다. 생산자들이 참여하는 PRO는 앞으로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폐의류를 수거하고 분류해 재사용이나 수선이 가능한 제품은 다시 유통하며, 재활용이 필요한 섬유는 적절한 처리 시설로 보내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패션기업의 경영과 제품 개발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재활용하기 어려운 혼방 소재와 장식이 많은 의류는 처리 비용을 높일 수 있다. 반대로 단일 소재 사용, 분리하기 쉬운 부자재, 내구성이 높은 봉제 방식과 수선 가능한 디자인은 새로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그동안 패션업계에서 지속가능성은 친환경 컬렉션이나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의 새로운 제도 아래에서는 소재 선택과 생산량, 유통경로, 제품 회수 가능성이 실제 비용과 규제 준수에 직접 연결된다.

특히 빠른 상품 교체와 대량 생산을 기반으로 성장한 패스트패션 기업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예상된다. 판매량이 많을수록 회수와 처리 시스템에 부담해야 할 비용도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생산 단계부터 재활용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재판매, 수선 서비스, 의류 회수 프로그램을 새로운 사업 모델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2028년 규정 시행 앞두고 산업 구조 재편

이번 7월 1일 가입 기한은 완성된 재활용 프로그램의 즉각적인 시행을 의미하지 않는다.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을 위한 첫 번째 의무 단계에 가깝다.

향후 PRO는 2027년 3월까지 캘리포니아의 섬유 폐기물 발생량과 기존 수거·재활용 시설, 지역별 서비스 격차 등을 분석한 초기 수요평가서를 제출하게 된다. CalRecycle은 이를 바탕으로 세부 규정을 마련하며, 관련 규정은 2028년 7월 1일 이전에는 발효되지 않는다.

CalRecycle은 오는 8월 13일 새크라멘토와 온라인에서 비공식 규정개념 워크숍도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법률상 주요 정의와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의 책임, PRO가 제출해야 할 자료와 절차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캘리포니아는 거대한 소비시장인 동시에 미국 패션과 라이프스타일 트렌드가 시작되는 지역이다. 따라서 이번 제도는 주 경계를 넘어 미국 전역의 패션기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전국에서 동일한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이 캘리포니아 시장만을 위해 별도의 생산·회수 시스템을 운영하기보다는 전체 공급망을 새로운 기준에 맞춰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캘리포니아 패션시장에서 좋은 옷의 기준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에 머물지 않는다. 얼마나 오래 입을 수 있는지, 수선과 재판매가 가능한지, 수명이 끝난 뒤 다시 자원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까지 제품의 가치로 평가받게 된다.

SB 707은 ‘친환경 패션’이라는 선언을 기업의 실질적인 책임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다. 캘리포니아가 던진 질문은 명확하다. 옷을 만든 기업은 그 옷이 버려진 뒤에도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는가.

강지나 기자 @ 패션위클리USA

문의: CALRECYCLE

강지나 기자
강지나 기자https://fashionweeklyusa.com
패션위클리USA 편집장이자 취재 기자를 맡고 있습니다. LA / OC 현장에서 패션, 트렌드, 푸드, 이벤트 전문 기사를 다룹니다 fashionweeklyu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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