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열리지 않으면 아이들의 꿈이 무너집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릭 킴 미주문화예술축제재단 대표
편집자 주 | 본지는 미주 한인사회의 문화·패션·비즈니스 분야에서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고 있는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이번에는 제4회 미주어흥문화예술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릭 킴 미주문화예술축제재단 대표를 만나 축제에 담긴 철학과 한국 문화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는 10월 열리는 제4회 미주어흥문화예술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릭 킴 대표는 이번 행사를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닌 차세대 한인들의 꿈과 정체성을 키워주는 무대로 바라보고 있다. 그는 한국 최초 홈쇼핑인 삼구쇼핑 창단 멤버 출신으로 1995년 삼구쇼핑 설립에 참여한 뒤 CJ 합병 과정까지 함께하며 한국 홈쇼핑 산업의 초창기를 경험했다. 이후 미국에 정착해 다양한 사업 활동을 이어왔지만, 현재는 한국 문화예술 발전과 전통문화 계승에 더 많은 열정과 시간을 쏟고 있다.
릭 킴 대표는 “한인단체 활동은 많이 하지만 단체장을 맡는 일은 거의 없다”며 “지금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일이 바로 미주어흥문화예술축제”라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미주문화예술축제재단은 지난해 르네상스재단과의 통합을 통해 조직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릭 킴 대표는 “여러 문화예술 단체들이 힘을 모아 한국 문화를 더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통합이 이뤄졌다”며 “현재는 미주문화예술축제재단을 중심으로 미주어흥문화예술축제를 운영하며 한국 전통문화와 예술을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악은 뿌리이고, 축제는 아이들의 꿈을 위한 무대”

릭 킴 대표가 문화예술 지원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이유는 국악인들과 청소년 참가자들이었다.
“국악을 하는 분들 가운데 경제적으로 넉넉한 분들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전국 곳곳에서 아이들이 국악을 배우고 무대에 서기 위해 열심히 준비합니다. 그 아이들에게 꿈을 펼칠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지금 제 인생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그는 원래 축제의 후원자로 참여할 계획이었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후원금 1만 달러 정도를 내고 타이틀 스폰서 역할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누군가는 책임지고 이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전국에서 국악 경연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생각하면 행사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행사가 오늘의 미주어흥문화예술축제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미주어흥문화예술축제는 국악을 중심으로 한 미국 내 대표적인 한국 전통문화 축제로 성장하고 있다. 축제의 핵심은 국악 경연대회지만 최근에는 K-POP 공연과 한복 패션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대하며 세대와 문화권을 아우르는 행사로 발전하고 있다.

“국악은 언제나 축제의 중심입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K-POP도 함께 소개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K-POP을 가르치는 학교들도 많이 참여할 예정입니다.”
특히 릭 킴 대표는 해외 각지에서 참가하는 청소년들을 이야기할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알래스카나 하와이에서도 참가자가 옵니다. 캐나다에서도 팀이 오고 한국에서도 참가팀이 있습니다. 참가자들은 비행기표와 숙박비를 준비하면서까지 이 무대에 서고 싶어 합니다.”
그는 축제가 단순한 경연대회가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꿈과 동기를 심어주는 무대라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몇 달 동안 준비해서 참가하는데 행사가 취소되면 그 상처가 얼마나 크겠습니까. 그래서 재정적으로 어렵더라도 행사를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악천후로 인해 행사 일정이 변경되면서 예산이 크게 늘어났다. 한국과 캐나다, 달라스 등 먼 지역에서 이미 도착한 참가자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 없었던 재단은 별도의 호텔 연회장을 마련해 무대를 이어갔다. 그 결과 행사 예산은 약 24만~25만 달러 규모까지 늘어났지만, 참가자들의 꿈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한복은 한국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문화유산”

미주어흥문화예술축제가 다른 행사와 차별화되는 이유는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있다. 재단은 국악 경연대회에 참가하는 비한인 학생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으며, 실제로 지난해에는 애너하임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비한인 팀들도 참가했다.
“외국 학생 한 명이 국악을 배우면 부모님과 가족, 친구들까지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를 접하게 됩니다. 그렇게 한국 문화가 미국 사회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국악과 함께 한복 역시 한국을 알리는 중요한 문화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한복 체험입니다.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한복을 준비해 무료로 입어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고 여러 장의 사진을 촬영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은 매년 축제의 대표적인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복은 한국이 가진 가장 아름다운 문화유산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도 한복 패션쇼와 체험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할 계획입니다.”
올해 어흥축제, 10월 개최 예정. 장소는 부에나파크
현재 축제는 90명이 넘는 이사진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 속에 운영되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세대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세대 간 문화 계승이라는 의미도 더해지고 있다. 올해 제4회 미주어흥문화예술축제는 10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파크 지역에서 개최를 추진하고 있으며 관련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인터뷰 말미에 릭 킴 대표는 축제 이름에 담긴 의미도 소개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라면 한국만의 이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민족에게 호랑이는 특별한 상징입니다. 호랑이가 포효하는 소리인 ‘어흥’에서 착안해 미주어흥문화예술축제라는 이름을 만들게 됐습니다.”, 그는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내년에 또 오겠다’는 이야기”라며 웃었다.
“국악과 한복, 그리고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다음 세대와 미국 사회에 알리는 것이 저희의 사명입니다. 앞으로도 한국 문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축제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강지나 기자@패션위클리USA
장소 협조: 카페 로프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