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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새 옷보다 ‘잘 고른 헌 옷’…미국 패션업계, 리세일 시장으로 이동

[로스앤젤레스=패션위클리USA=강지나] 미국 패션업계에서 ‘프리러브드(Pre-loved)’로 불리는 중고 의류가 새로운 핵심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빈티지 숍이나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리세일 패션이 이제 대형 브랜드의 정규 매장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근 H&M과 바나나 리퍼블릭, 리포메이션 등은 중고 또는 빈티지 의류를 직접 선별해 판매하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신제품을 끊임없이 출시하던 패션 브랜드들이 이미 존재하는 옷을 다시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미국 유통시장의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된다.

대형 매장 안으로 들어온 빈티지 패션

H&M은 뉴욕 소호 매장에서 빈티지 업체 어웨이크 빈티지(Awoke Vintage)와 협업한 ‘프리러브드’ 섹션을 운영하고 있다. 새 상품 중심의 전통적인 패스트패션 매장 안에 각기 다른 시대와 스타일을 가진 중고 의류를 배치해, 소비자가 하나뿐인 제품을 발견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바나나 리퍼블릭도 브랜드 특유의 사파리와 아메리칸 헤리티지 감성을 살린 빈티지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단순히 오래된 옷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브랜드 이미지와 연결되는 제품을 큐레이션해 새로운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속가능성을 강조해 온 LA 기반 브랜드 리포메이션은 한발 더 나아갔다. 자체 제품을 다시 판매할 수 있는 리세일 시스템을 운영하는 동시에, LA 멜로즈 애비뉴에는 빈티지 전문 매장도 마련했다. 리포메이션은 리세일과 빈티지, 렌털 제품이 전체 사업 물량의 7.5%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2030년 미국 시장 788억 달러 전망

패션 브랜드들이 중고 의류에 관심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시장의 빠른 성장이다. 스레드업(ThredUp)의 ‘2026 리세일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 중고 의류 시장은 2025년 약 555억 달러 규모에 도달했으며, 2030년에는 788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미국 중고 의류 시장의 성장 속도는 전체 의류 소매시장보다 약 네 배 빨랐다. 글로벌 시장 역시 2030년 3,93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성장을 주도하는 세대는 Z세대와 밀레니얼이다. 두 세대가 향후 시장 성장분의 70% 이상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중고 의류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최초 판매가의 30~40% 수준이다. 생활비와 의류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진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선택이 되는 동시에, 개성과 희소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스타일을 발견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지속가능성인가, 또 다른 마케팅인가

다만 대형 패션기업의 리세일 진출을 무조건 친환경적인 변화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H&M의 경우 2025년 전체 매출 가운데 재판매 제품이 차지한 비율은 0.8%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고 의류 판매를 늘리더라도 대량 생산과 짧은 유행 주기를 유지한다면 환경적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결국 리세일의 진정한 가치는 중고 코너를 설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처음부터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수선과 재판매가 가능한 구조를 마련하며, 과잉 생산 자체를 줄이는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미국 패션시장의 방향은 분명해지고 있다. 리세일은 더 이상 새 옷을 구매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위한 대안이나 일시적인 빈티지 유행이 아니다. 브랜드가 새로운 고객을 만나고, 과거의 디자인을 다시 자산화하며, 제품의 생명주기를 연장하는 독립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앞으로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신제품을 내놓느냐뿐 아니라, 이미 판매한 옷을 얼마나 오래 시장 안에 머물게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새로움’만을 추구하던 패션산업이 이제 ‘다시 입는 가치’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강지나 기자@패션위클리USA

강지나 기자
강지나 기자https://fashionweeklyusa.com
패션위클리USA 편집장이자 취재 기자를 맡고 있습니다. LA / OC 현장에서 패션, 트렌드, 푸드, 이벤트 전문 기사를 다룹니다 fashionweeklyu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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